언론보도자료

[에듀플러스]지방 소멸, 교육에서 길을 찾자
  • 작성일2025.06.15
  • 조회수12
[전자신문]

고상현 인천 마이스터고등학교 교장.
고상현 인천 마이스터고등학교 교장.
 

농산어촌을 비롯한 지방의 소멸 속도가 심상치 않다. 저출산과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며 전국 빈집 수는 이미 153만 채를 넘어섰고, 대부분이 지방에 집중돼 있다. 언론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10년 전보다 21% 감소했고, 초·중·고 폐교 수는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해 49교에 이르렀다. 특히 지방 대학은 신입생 미충원과 수도권 대학으로의 쏠림 현상으로 인해 운영 자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보도는 이제 과장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지방과 도시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 정책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지방과 도시를 잇는 교육과정 연계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1954년 1차 개정 이후 2022년 수시 개정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꾸준히 발전해 왔다. 국가교육과정과 지역교육과정의 유기적 연계, 최근 고교학점제의 도입은 학생 선택 중심 교육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에 비해 지방은 다양한 학습 선택권과 교육활동 운영에 있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은 개인적 수준을 넘어 사회적 핵심역량까지 포함한다. 이러한 미래 핵심역량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 지원 시스템이 요구되며, 지방과 도시를 연결하는 교육과정 연계는 교육격차 해소의 핵심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교육과정 연계는 교과, 창의적 체험활동, 범교과, 특색교육활동 등을 포함하며, 공동교육과정 운영, 거점학교 활용,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 가능하다. 특히 교과 연계는 이동 거리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의 활성화와 시스템 구축 등 행·재정적 지원이 핵심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의 경우, 도시와 지방 학교 간 동아리 공동 운영, 진로탐색과 지역 특색 프로그램 확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 이는 학생의 흥미와 역량을 고루 키우는 동시에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인다. 필자는 '농어촌과 도시 학교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찾아가는 미래체험 특색활동'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지역 여건과 수요를 반영한 체계적인 기획과 운영 덕분에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으며, 이는 언제 어디서나 교육이 가능한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를 대표하는 교육과정 연계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지방을 살리는 교육정책

최근 도시 생활 기반을 떠나 자녀를 농산어촌 학교에 입학시키거나 전학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 자녀의 재능을 키우고 미래를 준비하려는 부모들의 자발적 선택이다.

이에 발맞춰 일부 지자체에서는 '농촌 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도시권 학생들이 일정 기간 농산어촌 학교로 전학하여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동시에 지역 체험 활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지자체는 생활 인프라를 지원하고, 교육청과 학교는 정규 교육과정 외에도 골프, 수영, 외국어 등 도시 못지않은 특성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지역의 특성과 여건을 반영한 프로그램 개발과 학교 간 공동 교육활동을 통해 지역 소멸 문제를 교육의 영역에서 풀어가는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지역에서 길러낸다면, 이는 단순한 인구 분산을 넘어 도시와 지방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균형발전 모델이 될 수 있다.

지방 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의 개선과 재정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적 책임이며, 교육을 통해 지방과 도시 간 격차를 해소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안이다.

현실적으로 농산어촌 지역에 전문 인력을 안정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낮은 강사료, 열악한 교육 인프라, 부족한 예술·체육 및 문화시설 등은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 지원 확대, 기관 중심의 통합 시스템 구축, 학교 간 공동 교육과정 운영, 온라인 교육의 활성화 등 다각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지속 가능한 교육정책을 위해 디지털 플랫폼 구축하고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지방과 도시의 인적·물적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지방과 도시를 잇는 교육과정 연계, 그리고 지방을 위한 포괄적 교육정책은 예산 지원을 넘어, 교육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소멸 위기의 지방을 살리는 길이다. 이제는 사회 전체가 교육을 통한 균형발전의 가치를 인식하고, 실질적인 교육적 대안을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

◆고상현 인천마이스터고 교장=인천광역시 고등학교 교육과정 개정 집필위원, 교육활동보호 현장자문단을 담당했다. 교육부 자유학기제 교원 모니터링단, 교육부 직업교육혁신지구 인천운영담당 등을 역임했다.